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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군 북이면 동네 산책

시선 기록물

by 서샘물 2020. 12. 13.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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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댁 동네 청원군 북이면 부연리.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아무도 없는 오르막길을 따라 마스크 없이 산책했다. 마스크 없이 바깥 바람을 쐬는 것이 이제는 이가 빠진 느낌정도라 어색함을 넘어 허전했다. 그래도 여전히 청량한 시골 공기가 입술과 뺨에 닿는 느낌은 좋더라.

유난히 포근한 14도의 겨울날. 나는 겨울이 제일 좋다. 친구들한테 겨울이 좋고 겨울이 항상 기다려진다 하면 소위 ‘또라이’ 혹은 ‘아직은 젊은이’ 취급을 받는다. 겨울을 좋아해서 캐나다 알버타의 평범한 -20도 겨울도 견뎠나보다. 흐린 하늘이 일상적인 유럽 겨울은 정말 싫지만 하늘은 쨍한데 공기는 차가운 그런 겨울은 내 스타일이다.

할아버지 산소 입구로 가는 길. 산소 옆에 잣나무가 4그루 있는데 오늘 동생으로부터 아빠가 삼십년 전 할아버지를 산소에 모신 뒤 심었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뭔가 우리 가족만의 스토리가 있는 니낌ㅎㅎㅎ)

할아버지 산소 옆 벤치 갬성. 여름에는 고모들 고모부들이랑 밭에서 일한 다음 막걸리도 마신다. 물론 나는 양심없이 일은 거의 안하고 막걸리만 마시지만.

산소 옆 저수지. 이 저수지 쪽은 우리땅이 아니다.... 원래 아빠가 사려고 하다가 결국 아빠 친구가 사셨다고 한다. 동생이랑 아 여기 앞에 카페 차리면 딱인데 하면서 아빠는 부동산 보는 눈이 없다며 비판하고 부동산 갑부인 척도 해본다. 여기에 카페를 차린다면 어떻게 디자인을 하면 예쁠지, 해먹도 설치해놓으면 좋겠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도 좀 해본다. 카페는 못차려도 우리 가족끼리 이 앞에서 맥주 몇캔정도 까면 좋을 것 같다고까지 이야기를 마쳤다. 우리 남매는 노답이상주의자이다.

시골 갬성쓰, 겨울 나뭇가지 갬성쓰

겨울 나뭇가지의 선이 좋다 !

곶감 ! 곶감 갬성

뭐에 쓰는 용도지??? 돌아다니면서 이건 뭐에 쓰는고 싶은 것들이 꽤 많았다. 오리온 카스타드 글씨체와 글씨 색깔이 예뻐서 찍은 사진.jpg

동생이 고인돌이여 뭐여??한.jpg
내려가는 길에는 동생이랑 겨울 야생화를 꺾어 꽃꽂이 시합을 했다. 나는 요즘 꽃꽂이에 심취해있다. 그래서인지 모든 꽃들이 소재로 보인다. 겨울의 들꽃들은 주목받지 못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채도가 빠진 듯하고 마른 듯한 느낌이 좋은 것 같다.

내려가서 투표를 했다. 고모랑 영현이 그리고 아빠한테 보여주고 보여주고 엄마한테 카톡으로도 보여줬다. 투표 결과는 반반이였다.. 여러분들의 선택은? 왼쪽 or 오른쪽? 충청도 솔로몬 우리 할머니는 이건 뭐여? 하며 쿨하게 합체했다.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 좋은 우리 할머니댁 동네. 물론 동네분들이 보이면 마스크를 당장이라도 써야하지만 오늘만큼은 무인도 같은 느낌이였기에 마스크를 당당히 벗을 수 있었다. 정말 마스크 없는 삶이 그립다. 뉴노멀이라는데 그래서 몸은 적응했는데 머리는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겨울날 공기 중으로 퍼지는 입김 대신 마스크 속 내 입김의 온도와 공기의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습기가 뉴노멀이 될지는 2019년에는 정말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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