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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세화 해변에서의 단상. 그리고 카페 한라산

시선 기록물

by 서샘물 2020. 12. 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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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 해변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제주도에서 제일 좋아하는 해변이다. 이름부터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세화 해변을 꽤 많이 방문했지만 2년 전 엄마와 함께 갔던 그날의 세화 해변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한적함 때문인지 바다 전체가 우리 것 같았다.

 
에메랄드 빛 세화 해변의 물빛. 너무 투명해서 물 속이 훤히 비췄던 날. 제주도의 봄이 좋다. 3월 말 평일이라 더 좋다.

 

카페 한라산에 앉아 또 다른 시선으로 해변을 바라본다. 엄마는 자꾸 카페 백두산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집에 가는 날 비행기에서 엄마는 샘아 우리 카페 백두산 또 가자고 했다. 나와 정반대로 소녀스런 면모가 있는 엄마는 여행을 시간 단위로 기록했다. "샘이랑 카페 백두산 갔음. 당근 케이크, 라떼가 맛있음. 바다가 너무 아름다움.” 이라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었다. 나에게 피드백을 받은 엄마는 백두산을 한라산으로 고쳤다.

 

 

나보다 여행을 더 즐기고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엄마. 올해 8월 엄마와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했다. 승무원 딸 덕 좀 보겠네. 하면서 기뻐했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그 덕을 못보게 해줘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괜찮아 한샘아. 엄만 제주도가 더 좋아. 우리 12월에 또 제주도 가자. 이번에는 엄마가 풀로 쏜다."

 

 

스페인, 포르투갈 대신 엄마와 제주도 세화 해변을 다시 찾아야겠다고 또 다른 계획을 세웠지만 3차 팬데믹의 시작으로 그마저도 무산이 되었다. 엄마와 여행은 못하게 되었지만 오랜 해외 생활을 하고 돌아와 엄마와 마주보고 앉아서 드립 커피를 마시는 일상이 너무 즐겁다. 속상한 나날들이 연속이였지만 엄마가 있어서 든든하다.

 

옷도 소녀소녀하게 입은 엄마

 

엄마와 세화 해변, 카페 한라산 다시 갈 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 (엄마!!! 나 결혼은 못할 것 같긴한데ㅎㅎㅎ 혹시 결혼해서 딸 낳는다면 이름은 세화로 짓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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